루팡의 딸
2020-07-08

하도 유튜브에 광고가 뜨길래. 대체 어떻길래 만화로 그려서 광고까지 하지?! 하고.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빌린 책. 소재는 좋았다. 도둑 집안과 경찰 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 느낌. 킬링타임용 로맨스 소설에 추리를 첨가한 느낌이다. 때문에 초반부는 재밌게 읽었다. 특히 두 집안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하나코 파트.... 내용도 그닥 무겁진 않아서 금방 읽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써는, 글쎄.... 트릭도 허술해서 전개를 예측하기 쉽고 긴장감이 없다. 설정도 아 좀 에바지...싶던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판타지적 허용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추리' 에 중점을 두고 기대하면 안 된다.... 오타쿠적으로 서로 정체를 모르는 괴도x경찰 경찰x괴도같은거 좋아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최대 피해자는 에미리인 듯.

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듀나
2020-03-23
애증의 그 영화. 본권에 수록된 '커플 위장 탈출법' 항목 중

마찬가지로 사 둔 지는 꽤 된 책이지만....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 않은 책.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들을 정리하고 그 수법에 대해 비판하거나 클리셰가 생기고 아직까지도 쓰이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선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다. 아는 작품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그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지기도 하고. 사실 아는 작품보다 모르는 작품이 더 많았지만.
새삼 작가의 짬밥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듀나 소설들을 읽을 때도 느끼긴 했지만 정말 많은 데에서 아이디어를 따 오는 구나. 나도 이렇게 깊고 넓게 지식을 쌓고 싶어진다.

 

작가 특유의 그 말투가 너무 좋다. 트위터나 리뷰 글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그 시니컬한 말투. 이 말투 때문에 듀나 작가가 활동을 많이 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희, 반-바지
2020-03-22

트위터 구독도 하고 있는 반-바지님의 SF 단편 만화집. 사 둔 진 오래 됐지만 왜 이제야 펴 보는지.... 절대자의 딸들 시리즈가 제일 재밌었다.
: 우주를 거닐며 천체를 뛰놀던 사람이 그 생활에서 쫓겨나 땅 위에서 한낱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면 쉽지 않을 것 입니다.

내게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도 많았긴 했지만. 각 편이 끝나고 나서 글쓴이 각주에 달린 말들이 재밌었다.
과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지기도.

전자책 말고 종이책으로 살걸 싶기도 하다. 전자책으로 보면 글씨 크기 조절 안 돼서 눈 아파....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2020-03-20

글쎄....
분명 한 6년 전쯤 읽었다면 감동받고 눈물흘렸을 텐데 그때와 지금의 내 인식이 하늘과 땅만큼 달라져버렸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전 까지만 해도 보호사에 의한 병원 내 성폭력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항의해도 정신병자의 말이라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2020년에 읽으려니 힘든 작품. 정신병원은 세뇌와 고문 시설이라는 공포적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 지금도 뭐. 비교적 최근 개봉한 곤지암이라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정신질환자와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수명이 범죄자로 오인받아 간 곳이라는 걸 생각하면 예비범죄자 대하듯 군 건 뭐.... 납득이.... 되.... 나?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닌 청춘드라마니까 큰 신경을 안 쓰고 싶긴 하지만....

그 생각 때문에 읽는 내내 이입이 안 됐다.
7년의 밤은 쭉쭉 읽어졌는데. 물론 책의 초반부가 배경설명을 하고 있어서 읽는 데 진이 빠지는 건 맞다. 후반부는 확실히 전개가 빠르다.
총평은 나쁘지 않았으나 2020년에 보긴 괴로워서 bad.

내가 키운 S급들, 근서
2020-03-12

일단 하차작

 

오락용 웹소설로써는 좋았지만 광신도들(...)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
이런 작품이 문피아에...?! 무슨 배짱이지? 싶었는데 공지에 본업은 따로 있고 글쓰기는 부업이라고 하셔서 무언가 납득되는 느낌. (작품 성향이 그렇다는 얘기다. 보통 문피아의 주 소비층은 투데이베스트만 봐도 티나지만 읽기 쉬운 웹소설 무협물 좋아하는 아저씨들이고 BL이나 브로맨스는 안 좋아하는 부류들이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단순히 말하자면 오타쿠 심장 떨리도록) 만드는 방법을 잘 아시는 분인 듯 하다. 그러나 그게 너무 잘 먹혀버렸는지 팬덤 꼬라지는 자정이 불가할 정도로 고이고 고인 상태. 작가한테 직접 동인 파쿠리 하지 말라고 쪽지를 넣질 않나.... 작품 내 여성 캐릭터 조형이 남캐릭터에 비해 부실하다는 지적은 분명 맞는 말인데 내가 파는 장르가 여혐(또는 무언가)이라는 흠집이 나길 싫어서 '원래 판무는' 으로 시작하는 구차한 변명을 하질 않나.(소위 1세대 판타지무협을 어렸을 때부터 본 사람 입장에선 그냥 웃기다. 누가 봐도 트위터 BL 보고 판타지무협 입덕한 사람같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남들도 좋아해주면 좋겠다고 매번 생각하긴 하지만 이렇게 팬덤이 너무 커지고 살이 붙으니 주체를 못 하는구나...

400화 언저리까지 꾸역꾸역 보다가 팬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탈주한 작품. 살다살다 작가도 아니고 팬덤 때문에 하차하는 연재소설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니 처음이 아니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표절 논란 이후 팬덤에 스트레스 받아서 하차했다가 마저 본 거구나.

오늘의 SF #1
2020-02-04

 

 

SF 문학 잡지. 창간호.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는다.
종이냄새가 좋다.

쭈욱 보면서 느꼈지만 내 교양 수준과 독서 상태가 양호하진 않은 것 같다....

🍀연상호 감독 인터뷰: 사실 염력 감독이 부산행 감독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보는 영화들이 너무 서양 프랜차이즈 오락 영화들이라... 인터뷰하면서 감독이 참고한(마음에 든) 다른 소설이나 시리즈 얘기 나올 때마다 나의 교양 수준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친절한 존: 좋아하는 소재에 좋아하는 분위기라 재밌게 읽었다. 짧기도 하고. 의도적인 불쾌감과 곱씹게 되는 찝찝함이 매력이랄까.

🍀듀나, 대본 밖에서: 저번부터 듀나가 남캐한테 가차없을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메타 소재는 읽다보면 머리 아파지는 경우가 많아서 좋아하는 거랑 별개로 잘 보지는 않는데(전독시도 후반부 특히 정신없어서 괴로웠음)
중간중간 다른 SF작품이나 관련된 것들이 까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책 읽는 맛을 살린다. 허구 세상을 현실에 존재한 것처럼 섞은 게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마음에 든 소재는 제리 레이건에 대한 이야기. 이것도 어디서 레퍼런스를 따 온 건가 했는데 환상특급 에피소드 중 하나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https://en.m.wikipedia.org/wiki/A_World_of_Difference


🍀김초엽, 인지 공간: 최근 이걸로 젊은작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절대다수가 옳다고 느끼는 낙원에서 의문을 품고 모험하는 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감동을 주기 위해 살진 않는다던 칼럼? 을 통해 드러난 작가의 가치관을 생각해볼 때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박해울, 희망을 사랑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든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칙칙한 분위기도 추리소설 느낌도 후반의 반전도 좋았는데 뭐랄까 매끄럽진 않다는 느낌이다. 급전개라고 할까. 아예 장편으로 기획했다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는 작품.

🍀김창규, 복원:
"그렇죠? 그래서 난 유적 체험이 좋아요. 우리 머리가 옛날부터 좋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비데가 없던 시절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리고 있는 작품. 중편인데 금방 읽은 것 같다.

분명 금방 읽을 수 있는 건데 읽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후반부에 수록된 칼럼들도 너무 좋았다. 소수자와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들이어서 더 감명 깊게 읽은 것 같고.
중간중간 설명하면서 아는 작품 얘기들이 나올 땐
반갑지만 모르는 작품들도 많이 나와서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문화인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도다.

20200201~20200204 읽음

오버 더 호라이즌, 이영도
2020-01-28

앞서 오버 더 초이스를 포스팅하긴 했는데 오버 더 호라이즌에 수록된 3개의 단편(호라이즌, 네뷸러, 미스트)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아서 따로 썼다. 사실 이 단편집은 드래곤 라자와 관련된 단편도 있는데 일단 오버 더 시리즈만 봤다. 다른 단편은 드래곤라자 다 본 뒤에 볼까....

주인공인 티르 스트라이크가 도시의 치안관으로써 이런저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내용.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단편~중단편 모음인데도 캐릭터 개성이 뚜렷해서 좋았다.

가장 인상깊은 문구는 역시. "세상에 필요 없는 건 영웅, 현자, 성자(지평을 뛰어넘는 자, 몇 대로 내려져 온 마법사, 악마의 징조).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건 멍청이, 얼간이, 바보(티르 스트라이크, 그리고 개척도시의 평범한 주민). "

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2020-01-28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하는데 사실 읽은 책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장르소설같은 상업 소설을 이렇다하게 많이 읽은 것도 아니더라. 충격이다. 그래서 어젯밤부터 오버 더 호라이즌 단편과 초이스를 읽었다.

 

뭐랄까... 심오하다. 자의를 가지고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식물이라니. 비건 또는 자연보호 관점에서 생각할 게 너무 많아진다. 감나무 태운다는 팬덤에게 하는 선전포고인가. 그런 관점도 존재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이 나와버렸다.

 

 

솔직히 너무 재밌다. 오버 더 호라이즌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필력, 캐릭터, 설정, 재치와 심오함 모두 매력적이다. 실시간 웹소설으로 봤다면 피 말려 죽었을 것이다. 특히 후반부는 쫓기듯이 읽었다. 허망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한데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평점은 good.

이런 철학적 개념을 담은 글(물론 글이란 쓰는 사람의 생각이 당연히 들어가는 거지만, 떠먹여주지 않으면 알아채지도 못한다)을 볼 때마다 내 식견 좁음에 감탄하고 침음하게 된다. 식견만 좁은 게 아니라 앞선 내용도 잘 기억 못해서 풀과 티르의 대화는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전지적 독자 시점, 싱숑
2020-01-27

 

 

 

 

스급 보다가 오니 정말 선녀가 따로 없다. 팬덤의 과한 비엘베이팅에 지쳐서+슬슬 질려가던 참이라(원래 온고잉 잘 못 봄) 성마대전 초반 즈음에서 하차한 건데 본편 완결나고 에필로그 진행중이라길래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하루 종일 끝까지 보게 되는데....

초반은 온갖 소재 짬뽕했는데 재미없지는 않은 그 신선함에 재밌게 봤고, 중반은.... 기승전구원튀사실이것도주인공의큰그림 반복이 좀 질린다. 그리고 후반부는 뻐렁찬다. 각자의 ■■에 대해 밝혀질 때 그 뽕이란. 물론 특정 캐릭터 정체라든지 어느 정도 예상한 것도 있었지만. 타임 패러독스와 서술 트릭이 판을 치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내용 놓치게 된다. 나도 몇번 뒷페이지 넘겨보고 이전 회차 다시 보고 그랬다. 그 과정이 재미없던 건 아닌데(오히려 재밌음) 심적으로 지친다. 다 읽긴 했지만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고. 분명 1인칭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이 녀석의 생각을 온전히 읽어낼 수가 없다는 점이.... BL코인이라고 말이 많던데 비엘을 싫어해서 그런지 몰라도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다 그냥 김독자가 모두에게 집착받는단 느낌이지

 

이후 두서없음 및 스포일러 주의

 

 

 

결국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건 지독하게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게 아닌가. 삶, 즉 인간이 살아온 그 자체야말로 이야기의 집합체고 외부의 이야기가 그 인간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 단순하게 말하자면 '독서는 마음의 양식' 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일까나. 여기서는 설화를 읽는다고 표현되지만 결국 인간을 구성하는 배경을 이해한다는 거고. 독자에겐 독자의 삶이 있고 상아에겐 상아의 삶이 있는 것처럼. 결국 사랑한 것들과 이름 없는 것들과 이전 회차에선 죽었어야 하는 것들과 버려지는 것들을 구하고 사랑하고 부당함을 향해 한 몸 불사를 수 있는 것이 김독자 컴퍼니의 설화=삶이었다.

전독시에서 자주 나오는 장소인 지하철, 단순히 최초의 장소라서일수도 있겠지만 노선은 이어져 있고 반복해서 노선을 돈다. 독자는 다시 읽고, 주인공은 회귀를 통해 삶을 살아가고, 한수영은 작가로서 (여러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요소인) 단서와 '클리셰'를 통해 미래를 계산하고, 가장 오래된 꿈과 신과 주인공은 서로를 통해 서로를 구성하고 있고. 4부에서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는, 반복을 이야기하는 말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게 너무 재밌으면서 피곤하다. 독자(독자 또는 오래된 꿈)-작가(한수영 또는 tls123)-등장인물(중혁 또는 동료)은 꾸준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같음. 등장인물이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라는 걸까나. 독자가 어떤 관점으로 읽느냐에 따라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는 변동하기도 하고.

아 정말 할 말은 많은데 머릿속에서 정립이 안 돼서 난잡하게 일단 되는 대로 쓰는 중이다 나중에 다듬어야지.... 김독자는 확실히 사회(멸망전)에 잘 적응한 소위 인싸냐고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유상아가 기억하는 김독자도 책이나 읽는 애였고 작중에서도 이런 모럴리스한 대격변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은 거진 테러리스트같은 사회부적응자라고 했고.... 누구나 오타쿠질 하면서 좋아하는 작품 등장인물이 된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을텐데 김독자는 그걸 겪었고. 하지만 그의 세계를 이룬 건 단순히 멸살법의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유상아 한수영 한명오 이수경 이길영 등등 현실의 인물이며 그들이 단순히 '등장인물'이 되는 거에 거부감까지 가졌다는 게.... 가장 못 생긴 왕의 못 생긴이 ugly가 아니라 덜 만들어진이라는 의미인 건 알았는데 단순히 독자의 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게 김독자 심리-제4의벽과 연관이 있는 건줄은 몰랐어서 ㅠㅠ 마지막에 독자 씨 인상이 흐릿했는데 지금은 잘 보인다는 거 보고 아! 해버림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이 장르 2차 파는 사람같은데.... 아무튼 완결 축하드립니다 싱앤숑. 후기 보고 좀 충격먹었다. 서로의 취미생활을 공유하다 못해 짧지 않은 기간동안 협업하고도 사이가 깨지지 않는 가족 간 파트너십이라니.... 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