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희, 반-바지
2020-03-22

트위터 구독도 하고 있는 반-바지님의 SF 단편 만화집. 사 둔 진 오래 됐지만 왜 이제야 펴 보는지.... 절대자의 딸들 시리즈가 제일 재밌었다.
: 우주를 거닐며 천체를 뛰놀던 사람이 그 생활에서 쫓겨나 땅 위에서 한낱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면 쉽지 않을 것 입니다.

내게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도 많았긴 했지만. 각 편이 끝나고 나서 글쓴이 각주에 달린 말들이 재밌었다.
과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지기도.

전자책 말고 종이책으로 살걸 싶기도 하다. 전자책으로 보면 글씨 크기 조절 안 돼서 눈 아파....

오늘의 SF #1
2020-02-04

 

 

SF 문학 잡지. 창간호.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는다.
종이냄새가 좋다.

쭈욱 보면서 느꼈지만 내 교양 수준과 독서 상태가 양호하진 않은 것 같다....

🍀연상호 감독 인터뷰: 사실 염력 감독이 부산행 감독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보는 영화들이 너무 서양 프랜차이즈 오락 영화들이라... 인터뷰하면서 감독이 참고한(마음에 든) 다른 소설이나 시리즈 얘기 나올 때마다 나의 교양 수준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친절한 존: 좋아하는 소재에 좋아하는 분위기라 재밌게 읽었다. 짧기도 하고. 의도적인 불쾌감과 곱씹게 되는 찝찝함이 매력이랄까.

🍀듀나, 대본 밖에서: 저번부터 듀나가 남캐한테 가차없을때마다 알 수 없는 희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메타 소재는 읽다보면 머리 아파지는 경우가 많아서 좋아하는 거랑 별개로 잘 보지는 않는데(전독시도 후반부 특히 정신없어서 괴로웠음)
중간중간 다른 SF작품이나 관련된 것들이 까메오로 등장하는 것도 책 읽는 맛을 살린다. 허구 세상을 현실에 존재한 것처럼 섞은 게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마음에 든 소재는 제리 레이건에 대한 이야기. 이것도 어디서 레퍼런스를 따 온 건가 했는데 환상특급 에피소드 중 하나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https://en.m.wikipedia.org/wiki/A_World_of_Difference


🍀김초엽, 인지 공간: 최근 이걸로 젊은작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절대다수가 옳다고 느끼는 낙원에서 의문을 품고 모험하는 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감동을 주기 위해 살진 않는다던 칼럼? 을 통해 드러난 작가의 가치관을 생각해볼 때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박해울, 희망을 사랑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든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칙칙한 분위기도 추리소설 느낌도 후반의 반전도 좋았는데 뭐랄까 매끄럽진 않다는 느낌이다. 급전개라고 할까. 아예 장편으로 기획했다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는 작품.

🍀김창규, 복원:
"그렇죠? 그래서 난 유적 체험이 좋아요. 우리 머리가 옛날부터 좋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비데가 없던 시절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리고 있는 작품. 중편인데 금방 읽은 것 같다.

분명 금방 읽을 수 있는 건데 읽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후반부에 수록된 칼럼들도 너무 좋았다. 소수자와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들이어서 더 감명 깊게 읽은 것 같고.
중간중간 설명하면서 아는 작품 얘기들이 나올 땐
반갑지만 모르는 작품들도 많이 나와서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문화인의 길은 아직 멀고도 멀도다.

20200201~20200204 읽음

기계 너머의 몽상소녀, 무라마츠 마리
2020-01-07

지인한테 추천받아서 봤다. 음침한 미래 같은 SF풍 라이트노벨. 삽화도 몽글몽글 귀엽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약네랜 작가였다.

중반부는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었고, 이 장면 꼭 필요한가? 싶은 것도 군데군데 있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타쿠 라이트노벨이라고 의식하고 보면 꽤 잘 쓰인 SF 소설같고, SF 소설이라고 의식하고 보면 너무 오타쿠 라이트노벨같고.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긴 한데.... '라이트노벨이 이 정도면 뭐' 하는 느낌으로 넘어가게 된다.

뻔하다면 뻔한 전개랑 결말이긴 했지만 헤테로 CP적으로 불타오르는 곳이 군데군데 있어서 후반부에서는 과몰입했다. 그래서 주임은 뭐 하는 사람이었을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2020-01-01
본권에 수록된 공생 가설 중

올해 첫 책. 리디북스 포인트 충전한 김에 구매했다. 작년에 말 많아서 꼭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 가장 인상깊던 에피소드는 '공생 가설'과 '감정의 물성'.

본권에 수록된 감정의 물성 중

철학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글들이었다. 우리가 인간성이라 부르는 건 무엇인가? 인간성은 어디서 오는가? 과학으로 만들어진 인공 지성체는 완전하게 인간을 모방할 수 있는가?

SF를 좋아하는 이유야 많지만 큰 이유는 과학과 풍부한 상상력 사이를 메우는 건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학 기술의 사실성이나 전망을 나열하는 거라면 논문을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상상력과 과학 사이를 인간의 감성과 인간 간의 갈등으로 메워야 비로소 SF 문학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는 과학과 기술 사이의 윤리성이나 과학이 인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수단이라는 느낌의 소재들. 권내에 수록된 다른 작품인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나 '관내분실' 역시 후자에 속하는 이야기인지라 재미있게 읽었다.

감정의 물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감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제법 매력적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감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던가. 그렇게 이름을 붙여 나름 구체화한 관념을 잘라내버리고 싶어하기도 하고 으스러뜨리고 싶어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위안을 얻는다. 우울할 때 슬픈 영화를 보거나 슬픈 노래를 듣듯이. 구체적인 형태를 띈 '감정'에 자신을 투영하고, 그로부터 알게모르게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위대한 침묵, 해도연
2019-12-12

해도연 작가님 책은 처음 읽어본다. SF 중단편 모음집.
반전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함. 반전을 알고 나서 두 번, 세 번 읽어야 숨어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이해할 수 있었다.


따뜻한 세상을 위해

이렇게 과학이 발달했는데도 인간들은 다른 인간을 소모품으로 대한다는 게 좋았다. 보통 미래 하면 로봇, 안드로이드,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또는 멸망시키는....)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던가? 따뜻하다는 제목 아래 최첨단 과학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무서운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다니.
읽으면서 룬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되게 뜬금없긴 하지만.... 데모닉 편에서 조슈아는 항상 자신에게 지워지는 책임과 꼬리표에서 도피하고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정말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인형(카르디)을 마주하게 되고, 인형에게 뺏긴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 음모와 맞서 싸우는 그런 희망찬 소년만화같은 줄거리인데.... 주인공을 보면서 카르디가 생각났다. 자신이 조슈아라고 철썩같이 믿고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인 줄 알았는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당연히 자신이 진짜인 줄 알았는데 실상 자신은 인형이고 인형술사의 조종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자리를 뺏겨야 한다고?! 아마 주인공의 충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위대한 침묵
흔하고 멋진 서사. 누구보다 인간적이기 때문에 욕망이나 감정에 휩쓸리고 실수를 하고 파국을 불러온다. 작품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니 딱히 인간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성과 감성이 있는 생명체의 근본적인 문제랄까. 광대한 세상에 지구에만 생물이 존재한다면 공간 낭비라는 말에 동의하고 어딘가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에는 인간보다 진보한 문명을 이룬 외계인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 지구인이나 외계인이나 서로를 발견 못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이 이야기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주는 침묵한다, 침묵은 위대하고.
나는 희생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사실 좋아한다. 슈퍼히어로물을 과할 정도로 좋아하고. 슈퍼히어로들은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그게 꼭 자기희생이란 방법으로 돌아가서 싫은 거지. 희생을 강요하는 주변도 싫고. 후반부에서는 미후에게 과몰입했고 열쇠를 던지는 장면에선 쾌감이 느껴졌다.
주인공인 미후가 과학적 지식이 별로 없다는 점이 좋았다. 과학자들끼리 신나서 과학 얘기를 하면 약간 저 빼고 멘션해주세요 같은 느낌이 돼서. 중간에 '알아들을 수 있게 요약해줄래?' 하고 끼어드는 캐릭터들을 좋아했다

증명된 사실, 이산화
2019-12-11

이산화 작가의 SF 미스터리 단편 소설집. 출판사 아작.

 

 사실 이 작가님 작품은 브릿G에서 공개했던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로 처음 접했다. 당시 트위터가 뒤집어졌던 게 생각남. 개인적으로 '오펜하이머' 도 '텔러' 도 여자라고 생각해서 백합적으로 퍼먹었던 기억.

고등학교 동창이 과학 좋아하고, 미중년 좋아하고, 과학자 중에서는 오펜하이머를 좋아했어서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를 보면서 오퍼시티 40%로 그 친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친구는 SF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보고 염세주의적이었다는 점까지 완벽해서....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에 맞았던 건 단편집 제목이기도 한 '증명된 사실' 이었다. TRPG가 유행하기 전부터 러브크래프트를(겉핥기로) 좋아했다. 신화적이고 으스스한 분위기인 것도 있지만, 거대하고 엄청난 존재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라는, 그러니까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해서였다. 증명된 사실은 오컬트와 과학을 적절히 섞어 비현실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공포: 죽음에 대한,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킨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끝없는 공포.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와 '한 줌 먼지 속' 은 배경도 배경인지라, 몰입하기 쉽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수능을 바라보며 학창시절을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시와 학교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테니까. 묘사가 리얼해서 작가의 회한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문체에 과학적으로 엄청난 지식이 없어도 술술 읽히는 재미를 겸비했다고 생각한다. 원체 좋아하던 장르이기도 하고. 5점.

 

 

 

아래는 보면서 감명깊던 구절들.... 인데 '한 줌 먼지 속' 위주. 천문 좋아하고 학생 시절에 좋은 기억이 없어서 그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